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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최고 인기게임은 단연 ‘블레이드앤소울’(이하 블소)이다. 유료서비스로 전환됐음에도 동시접속자수 23만 명을 기록하고,
주말이면 32개 서버마다 이용자들이 넘친다. 뛰어난 그래픽에 탄탄한 스토리, 콘솔게임과 같은 ‘손맛’에 게이머들은 열광한다.
‘블소’에는 수많은 NPC들이 등장하는데 그 중 게이머들로부터 가장 큰 사랑을 받은 이는 홍문파 다섯번째 사형인 ‘화중’이다. 화중사형의 눈물겨운 스토리에 감동한 게이머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그를 기리고 있다.
네이버, 다음 등 인터넷 포털에서 ‘화중사형’은 완성형 검색어로 등장한다. ‘화중사형 소스’, ‘성우’, ‘막내야’ 등 다양한
연관 검색어를 통해 화중사형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블소’ 공식 홈페이지에도 마찬가지다. ‘너무 슬프다’,
‘살려내’, ‘엉엉’ 등 화중사형에 대한 애틋한 감정이 담긴 글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수많은 게이머들이 화중사형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그가 보인 헌신적인 태도 때문이다. ‘블소’ 이야기는 진서연 일당이 ‘귀천검’을
노리고 주인공(게이머)이 속한 홍문파를 습격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진서연 일당의 계략에 홍문파는 쑥대밭이 되고 기적적으로 주인공만
살아남게 된다.
그러나 홍문파 식구 중 살아남은 이가 또 있었으니, 그가 바로 화중사형이다. 화중사형은 처음에는 정체를 숨기고 주인공에게 홍문비급을 전수해 준다. 게이머에게 ‘블소’ 연속기를 알려주는 선생님 역할이다.
주인공을 만나기 위해 갖은 고생을 다한 화중사형은 마지막 비급을 전수해주고 죽는다. 진서연 일당에게 당한 상처로 인해 ‘탁기’가 온
몸에 번져서다. 큰 눈망울에 다크서클이 내려앉고, 혈색이 안 좋아진 모습에 ‘설마’했던 게이머들은, 화중사형이 죽는 장면에서
가슴이 울컥해지는 감정을 느낀다. 이 모든 것이 컷씬 동영상과 성우의 생생한 목소리 연기를 눈 앞에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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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중사형의 헌신적인 삶에 감동한 게이머들은 그와 똑같은 캐릭터를 만들거나 그의 유품을 고이 간직해 그를 기리고 있다. 이미지는 캐릭터 '제법인데막내야'의 모습.
화중사형의 숭고한 죽음은 게이머들로 하여금 게임 내 진풍경을 연출케 했다. 화중사형의 뜻을 기리기 위해 그의 유품인 ‘도복’을
입고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또한 뛰어난 캐릭터 생성기능을 이용해 화중사형과 똑 같은 캐릭터를 만든
이용자도 만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화중사형 소스’는 화중사형을 어떻게 캐릭터로 만드는지 비법을 찾고자 하는 게이머들의
노력이기도 하다.
이런 현상은 ‘블소’가 지닌 이야기의 힘에서 나온다는 평가다. ‘사부와 사형들의 복수’라는 단순하지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전개는 중간중간 나오는 뛰어난 영상과 글이 아닌 음성을 통한 퀘스트로 몰입감을 키웠다. 또한 주인공 캐릭터가 컷씬 동영상에
들어가도록 해 마치 내 이야기가 게임 속에서 전개되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이인화 이화여대 교수 겸 소설가(본명 류철균)는 “화중사형은 귀엽고 경박해 보이기까지 하지만 막내(주인공)를 위해 꺼져가는 마지막
삶을 헌신한다. 이는 단순히 관념으로 죽은 사부 홍석근과 다른 케이스로 화중사형의 이야기는 나를 키워주고 사랑해주는, 경쟁이
치열한 세계에서 이타심을 보여주는 인륜적인 스토리라서 감동을 준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블소는 확실히 스토리가 게임의 인기를 견인하는, 스토리텔링이 잘 된 몇 안 되는 게임 중 하나”라며, “향후
게임에서 이야기의 힘은 더 중요해 질 것이며, 게임 또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차세대 예술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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