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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체제(OS) 업체는 모든 응용프로그램(앱) 개발 업체와 친하게 지내야 한다. 앱 생태계가 어떻게 꾸려졌느냐가 OS 성공 여부를 판가름하는 데 중요한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그 중 게임은 특히 중요하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차세대 모바일기기용 OS '윈도우폰8'에 편리한 게임 개발환경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EA, 윈도우폰8 지원 약속

다행히 MS 쪽으로 답장이 일찍 도착했다. 대형 게임 개발업체 중에서는 일렉트로닉 아츠(EA)가 가장 먼저 MS의 모바일기기 전략에 러브콜을 보냈다. EA는 EA가 가진 인기 게임 타이틀을 윈도우폰8용으로 개발할 것을 약속했다.

피터 무어 EA 최고운영책임자는 게임스컴 2012 사전 인터뷰를 통해 "MS가 게임 환경을 어떤 식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이해하기 위해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라며 "게임을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새 플랫폼이 생긴다는 점은 EA에 긍정적인 요소"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새로운 플랫폼은 윈도우폰8을 뜻한다. EA는 그동안 PC용 윈도우로 개발해왔던 수많은 게임 타이틀을 윈도우폰8용으로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EA는?윈도우폰8 게임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먼저 잡겠다는 의도다. EA가 그동안 쌓아 온 윈도우 기반 게임 타이틀들은 이 같은 전략을 짜는 데 큰 도움이 된다.

EA의 어떤 게임이 윈도우폰8으로 개발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EA는 8월16일부터 19일까지 독일에서 열리는 게임 축제 '2012 게임스컴'에 참석해 새로운 윈도우용 게임을 소개할 예정이다. 1인칭슈팅게임 '메달오브아너'를 비롯해 '심시티'와 '피파 축구', '니드포 스피드'의 새 시리즈가 독일에서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몇 가지 고민은 남는다. 윈도우폰8과 윈도우 환경에서 어떻게 똑같은 게임 경험을 구현하느냐다. 윈도우폰8을 담은 스마트폰은 PC와 비교해 낮은 성능을 낸다. EA의 윈도우용 게임이 일반적으로 높은 사양의 PC에서 구현되도록 설계됐다는 점을 생각하면, 윈도우용 게임을 윈도우폰8용으로 개발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는 얘기다.

게임 지적재산권(IP)만을 따와 스마트폰에 맞도록 디자인한 전혀 다른 게임을 만드는 방법이 가장 현실적이다. EA는 '매스 이펙트'나 '더 심즈' 등의 게임 IP를 활용해 iOS와 안드로이드용 모바일게임으로 개발한 경험이 있다.

게임을 조작하는 방법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PC나 콘솔이라면, 키보드와 마우스, 게임패드 등 게임을 간편하게 조작할 수 있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지만, 스마트폰은 얘기가 다르다. 터치형 화면에서 복잡한 게임을 조작할 수 있도록 고민하는 것도 EA와 게임 개발업체의 몫이다.

게임이 윈도우폰 살린다

EA가 윈도우폰8을 지원하기로 약속한 배경엔 MS의 차세대 OS 전략이 도움이 됐다. MS는 윈도우폰8에 기존 윈도우 게임 개발 환경을 도입했다. 윈도우폰8부터 다이렉트X를 지원하기 시작했고, 윈도우 네이티브 개발 언어를 이용해 윈도우폰8용 게임을 만들 수 있도록 배려했다.

조 피오빌레 MS 부사장은 지난 6월20일 미국에서 열린 '윈도우폰 서밋 2012'에서 윈도우폰8을 소개하며 “아주 작은 부분만 수정해도 윈도우용 게임을 쉽게 윈도우폰8용 게임으로 변환할 수 있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윈도우폰8이 네이티브 프로그래밍 도구와 다이렉트X 게임 개발을 지원한다는 의미는 좀 더 낮은 개발 단계에서부터 게임을 개발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개발 방식에서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게임 개발 초기 단계부터 두 플랫폼을 모두 고려할 수 있다. 요컨대 EA의 ‘메달오브아너’ 시리즈 차기 작품은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단계부터 윈도우폰8용과 함께 개발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게 된다.

MS 처지에서도 EA가 윈도우폰8을 게임 플랫폼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점은 반가운 소식이다. 애플의 iOS나 구글 안드로이드 OS 스마트폰과 비교해 MS의 스마트폰 사업 성적은 초라하다. EA는 전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게임 개발업체다. 직접 개발하는 게임 외에 퍼블리싱 방식을 통해서도 수많은 게임을 확보하고 있다. EA가 윈도우폰8에 대한 지원을 약속한 만큼 인기 게임 타이틀이 윈도우폰8에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기대된다.

오원석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