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의 ‘디아블로 셔틀’ 인 줄 알았던 할머니
알고보니 게임 마니아 반전
한글은 잘 몰라도 게임용어는 ‘줄줄’…상위 5% 실력자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미국 블리자드사의 컴퓨터 게임 ‘디아블로3’ 출시를 하루 앞둔 14일. 한 쇼핑센터에는 ‘디아3’ 한정판을 구매하려 모인 장사진 속에서 할머니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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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잡아도 칠순은 넘기셨을 이 할머니는 누가 봐도 손자 또는 아들의 심부름을 하러 온 것아 보였다. 함께 줄을 서 구매를 기다리던
누군가 할머니의 모습을 찍어 인터넷에 올렸고 해당 사진을 본 다수의 누리꾼들은 할머니에게 디아블로3 ‘구매 심부름’을 시켰을
손자에 대해 “어떻게 할머니에게 디아블로 셔틀을 시키냐”며 비난했다. 혹시 “구매대행 알바 중이 아니신가”는 말까지 나왔다.
그
러나 할머니에겐 예상치 못한 반전이 숨어 있었다. 바로 할머니 자신이 직접 ‘디아블로3’를 즐기기 위해 구매행렬에 동참했던 것.
이같은 내용은 ‘디아블로3 할머니의 진실’이라는 제목으로 한 누리꾼이 주장하면서 흥미로운 반전을 맞았다.
확인 결과 ‘디아블로3 할머니’는 72세의 송계옥 씨로 지난 2005년 처음 방송을 통해 소개된 적 있는 ‘게임왕 할머니’였다. 최근 또 다시 매스컴에 출연하며 화제를 모은 송 할머니는 ‘9년차’ 게임 마니아다.
지
난 4일 MBN 뉴스 인터뷰 당시 게임을 잘 하시느냐는 질문에 “날고 뛰는 사람이 많은 데 어떻게 잘하느냐”며 쑥쓰러운 웃음을
보였지만, 할머니의 실력은 ‘리니지2’ 상위 5%. 젊은 사람도 어지간히 시간을 투자하고 감을 잡기 전엔 도달하기 힘든
레벨이다.
당시 영상에서 할머니는 놀라운 집중력으로 왼손으로는 키보드를, 오른손로는 마우스를 예민하고 민첩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시청자들의 ‘신선한 충격’을 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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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아들 박용호 씨는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몇 년 안 돼서 여기(제주도) 왔다. 당시 어머니가 아주 외로워하셨다”며
할머니가 게임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남편과 사별 후 대화 상대가 없던 할머니가 게임을 시작하면서 가족과의 대화도
자연스럽게 늘게 됐다는 것이었다.
송 할머니는 “아들과 함께 게임 이야기를 하며 가족 간 대화도 자연스럽게 늘어 화목해졌다. 리니지2를 하는 것이 행복하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할머니의 과거 방송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할머니가 버프 좀 주세요 할 때 진심 뿜었다” “상위5% 실력이라니 나보다도 훨씬 잘하신다” “할머니 닉넴이 뭔가요? 우리 클랜 들어와서 같이 해요”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편 송 할머니는 최근에도 동네 PC방에 수시로 출몰, 게임을 즐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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