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판. 말 그대로 일정기간 동안, 일정 수량만 판매되는 물건을 지칭한다. 지구상에 특정 수량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최근 블리자드에서 12년 만에 발매한 디아블로 시리즈의 최신버전 '디아블로3'의 한정판을 얻기 위해 왕십리로 몰려든 수천여명의 팬들로 행사장 일대가 마비됐던 사례만 봐도 그렇다.
정가 9만9천원에 판매된 디아블로3 한정판은 판매종료 후 온라인 거래사이트에 최소 20만원 대에서 최고 70만원까지 가격이 치솟기도 했다.
그런데 업계 일각에서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간 '디아블로3' 한정판 패키지가 '한정판'이 아니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 한바탕 파문이 예상된다.
◆ 4천장이라더니 추가 수급 웬 말?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블리자드는 '디아블로3' 정식 서비스에 하루 앞선 지난 14일 왕십리역 광장에서 4천장의 한정판 패키지 판매행사를 진행했다.
1인당 최대 2장까지 구입할 수 있는 이 게임 패키지를 구매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5천여명의 인파가 몰려들었지만 대기표를 받은 인원은 단 2천명뿐.
그런데 한정판 패키지를 1개만 구입하거나 일반판을 구입하는 인원이 발생하면서 행사종료 시점에서 십여장의 한정판 패키지가 남았다. 이에 새벽녘까지 발길을 돌리지 않고 현장에서 기다리고 있던 200명 남짓의 팬들은 강하게 항의했고, 블리자드 측에서 '이름과 연락처 등을 적어놓고 가면 추가 판매토록 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 비쳐졌다.
그러나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정판 추가 판매 소식이 알려지면서 '디아블로3 한정판'을 둘러싼 또 다른 논란이 점화되고 있다.
애초부터 한정판이 아닌 소장판을 생산한 뒤 이를 순차적으로 공급하는 얌체상술을 부리고 있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한정수량만 생산·판매된다는 개념의 '한정판'이 수백여장이나 추가 풀린다는 점에서 이미 한정판의 의미가 퇴색됐고, 한정판을 재차 생산한다는 것 역시 말이 안 된다는 주장이다.
게임조선과 인터뷰를 진행한 한 디아블로3 유저 이 모씨(35.남)는 "소장판이 한정판으로 둔갑하더니 이제 추가물량 투입으로 본 모습을 드러내려고 한다"며 "미국에서는 1인당 패키지 판매 갯수에 제한이 없는 만큼 국내 버전 역시 재발매되는 것은 시간 문제 같다"고 말했다.
◆ 국내 최초 한정판 패키지 판매…얌체 상술로 '얼룩'
이 같은 한정판 논란에 대해 블리자드 코리아 측은 해석상의 차이라는 입장이다.
블리자드 코리아 한 관계자는 "정확히 말해 이번에 판매된 패키지는 한정 수량으로 제작된 '한정소장판'"이라며 "추가 판매키로 약속한 유저들에게도 기생산된 한정소장판을 판매키로 약속한 것이지 추가로 제작해서 물량을 조달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시장에서 유통·판매된 디아블로3 한정판 뒷면에는 '한정 소장판(Collector's Edition)'이라는 글씨가 적혀 있지만 눈에 띄지는 않는다.'Collector's Edition'은 한정된 숫자만 생산되는 'Limited Edition'과는 큰 차이를 지닌다.
특히 디아블로3 한정판 판매와 관련, 그간 회사 측에서 "한국에서 선보이는 최초의 한정판 패키지"라는 점을 강조해 왔다는 점에서도 얌체 상술 논란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패키지 구성물 역시 한국어로 적혀 있는 별도의 스티커를 부착했을 뿐 해외에서 수량제한 없이 판매되고 있는 소장판과 다른 점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블리자드 코리아 관계자는 "각 국가마다 마켓 사이즈가 다르기 때문에 국가별로 전달된 한정소장판 패키지와 일반패키지 수량은 다르다"면서 "한정소장판을 최대한 빨리 수급해 추가 판매를 약속한 유저들에게는 전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블리자드 코리아 측은 약속한 한정판을 어떤 방법으로 언제까지 확보할 지에 대해서는 공식답변을 꺼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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