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나루토매니아
  • 2뱅이
  • 3푸타코타
  • 4완벽그자체
  • 5해삼
  • 1뱅이
  • 2나루토매니아
  • 3알짜배기
  • 4뱅이
  • 5빙그레우유
편갤문학) 에쎄 클래식.
연속출석 :
2일 랭킹 : 21위 명예1
85%
85% (253926 /300000)
  • 댓글 1 |
  • 추천 0 | 비추 0 |
  • 조회 1079 |
  • 2019-07-17 (수) 19:04


    6개월전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구인사이트에 올라온 편의점 알바 모집글은 전부 경험자를 구하고 있었고, 나같이 편의점 알바를 해보지 않은 사람은 전혀 받아주질 않았다.

    그래도 난 남들이 다같이 꿀알바라고 말하는 편의점 알바를 해보고 싶었다.
    나는 거리에 상관없이 닥치는대로 전화를 걸어 편의점 경험은 없지만 아르바이트를 해온 경험이 많고 성실하다. 군필자이기에 습득이 빠르다. 등을 어필하며 알바자리를 구했고
    집에서 버스로 30분 거리에있는 편의점에서 목금토일 야간아르바이트를 하게 됐다.

    나는 그 편의점에서 경험없는 신입을 굳이 교육까지 해가며 받아준 이유를, 첫날 바로 이해했다.
    편점인근에는 고층 오피스텔과 택시회사. 그리고 종합병원이 있었으니까.

    "어? 알바 바뀌었네."

    "이제 학생이 하는 거예요?"

    처음엔 늘 이런소리만 들려왔다.
    마치 작은 마을의 낯선 이방인이 된 기분이었다.
    이런 첫인사를 매일같이 듣다가 점차 나를 기억하는 손님들이 많아질 무렵 나도 매일 오는 손님들이 뭐를 계산하는지 차차 외우게 되었다.

    매일 오는 택시기사 4명은 퇴근할때마다 참이슬 클래식 두병과 2600원짜리 비엔나를 술 안주로 먹으며 하루의 고단함을 배설한다.
    며칠 전에는 네 분중 한분만 오셔서 막걸리 한병을 사시길래
    "다른분들은요?" 하고 물었더니.
    "에라이 썩을놈들 남북정상회담 보니 뭐니 하면서 다 출근을 안했어." 라고 하시며 혼자 막걸리를 마시는 모습이 굉장히 외로워 보였다.

    매일아침 성경을 품에 안고 히츠그린을 사가는 아저씨.
    가끔 에쎄 수 0.5를 달라고 하실때마다 나는
    "아이쿠스 피면서 연초를 피시면 어떡해요." 라며 농을 걸고 아저씨는
    "한달에 한갑정도는 봐줘 학생" 하면서 내 장난을 받아주신다.

    늘 입원복에 휠체어를 탄 채로 문 앞에서 문에 노크하는 아저씨.
    내가 달려나가면 5100원을 주시며 후라보노와 디스플러스를 달라고 하신다.
    아저씨는 늘 귀찮게해서 죄송하다고 하시며. 후라보노 포장을 뜯어서 내게 하나를 건네신다.

    늘 스노우크랩을 한개씩 사가는 젊은 여자.
    그 비싼걸 매일 한개씩 사가는게 너무도 궁금해, 며칠전에
    "그거 맛있어요?" 하고 물었더니
    "아뇨. 고양이가 정말 좋아해서 고양이 주려고 사는 거예요."라고 답해 조금 민망했었지.

    하루의 고단함을 위로해주는 비엔나와 참이슬.
    금연을 돕는 히츠그린.
    고독한 입원생활을 달래주는 후라보노와 디스플러스.
    반려묘를 향한 애정을 보여주는 스노우크랩.
    이처럼 손님이 항상 사가는 물건엔, 저마다의 사연이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난, 막걸리와 포스틱에 관한 사연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알바 교육과 인수인계를 받은 뒤 처음으로 혼자 야간근무를 하던 날이다.
    새벽 3시 즈음일까.
    팔자주름이 넓게 퍼져있고 안경을 써서그런지 인상이 굉장히 좋아보이는 아저씨와, 굉장히 마른 아주머니가 입원복을 입고 검은비니를 쓴 채로 같이 왔다.
    나이는 50대 초반 정도일까?
    그 둘은 부부로 보였다.
    아주머니는 혀짧은 목소리로
    "어? 처음보는 사람이야!"
    라고 말했고 아저씨는
    "그러게, 처음보는 학생이네." 라고 말하고는
    콜라 한병과 막걸리 한병, 그리고 포스틱을 사가셨다.

    3시는 때마침 내가 실내청소를 하는 시간이었기에, 청소를 하면서 창 밖에 비친 야외 테이블을 힐끗 보면 아주머니는 과자와 콜라를 행복한듯이 먹으며 아저씨께 이런 저런 얘기를 장난기그득한 표정으로 얘기하고,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다.

    다음날 마찬가지로 3시 쯤이었을까
    그 부부가 다시 왔다.
    아주머니는 다시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어? 처음보는 사람이야!" 라고 말했다.
    아저씨는
    "그러게." 라며 맞장구를 쳐주었다.
    나는 멋쩍게 웃어보였고. 그들은 막걸리와 포스틱, 캔콜라를 사갔다.

    그들은 늘 3시쯤이되면 편의점에 찾아왔다.
    난 어느새 출근하고 나서 그 부부가 오면 청소를 해야지. 라며 생각을 하고있었고.
    암묵적으로 그 부부는 내 청소알람이 되었다.

    청소알람이 두달정도 울렸을 때
    검은 비니의 아주머니는 내게 안녕하세요. 하고 공손히 인사를 했다.

    그렇게 그 부부는 가끔 하루이틀 안오기도 했지만, 거의 매일같이 찾아와 콜라와 포스틱 막걸리를 사가고, 가끔은 팝콘이나 라면을 사서 먹곤 했다.
    매일 보는 사이였기에, 나랑도 꽤나 친해져서 아저씨께 팁도 받고 농담도 하고는 했다.

    그렇게 반년즈음이 흘렀다.
    2주 전부터, 그 부부는 편의점에 오지 않았다.
    퇴원한 걸까?
    6개월이 지난 지금 생각해보면 입원복의 단골손님들은, 어느 시점부터 모습이 보이지 않곤 했다.
    아마 그 부부도 퇴원했던 거겠지.
    나는 그렇게 받아들였고, 매일 울리던 청소알람이 사라진 거에 대해 조금은 쓸쓸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어제, 그 아저씨가 혼자 편의점을 찾아왔다.
    새벽 2시 즈음이었다.
    나는 너무 반가워 무심코
    "되게 오랜만에 오셨네요." 라고 말했다.
    그러자 아저씨는 내게 아무 대답도 해주지 않았다.

    그리고 내게
    "에쎄 클래식 한갑 줘요." 라고 말했다.


    나는 막걸리와 포스틱의 사연이
    에쎄 클래식으로 바뀌게 된 계기를
    대충은 짐작할 수 있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지 말 걸 그랬어.



    wave 2019-07-20 (토) 12:07:49
    편갤문학) 에쎄 클래식.
    빰빠밤~!. wave님 축하드립니다.
    댓글이벤트에 당첨되어 3P 가 적립되셨습니다.
    댓글을 작성하시려면 로그인을 하셔야지만 작성가능합니다. [로그인하기] [회원가입하기]
    군필레전드
    군필레전드 (1)
    4년전
    h.1339
    v.0
    유머토피아
    안녕하세요. 혹시 무슨 커뮤니티 하세요?
    안녕하세요. 혹시 무슨 커뮤니티 하세요? (1)
    4년전
    h.1103
    v.0
    유머토피아
    편갤문학) 에쎄 클래식.
    편갤문학) 에쎄 클래식. (1)
    4년전
    h.1084
    v.0
    유머토피아
    댄스팀의 고충
    댄스팀의 고충 (1)
    4년전
    h.1554
    v.0
    유머토피아
    엄마의 눈치게임
    엄마의 눈치게임 (1)
    4년전
    h.1168
    v.0
    유머토피아
    어느 일본 만화가의 인스타그램
    어느 일본 만화가의 인스타그램 (1)
    4년전
    h.1222
    v.0
    유머토피아
    영화관에 버려졌던 4살짜리
    영화관에 버려졌던 4살짜리 (1)
    4년전
    h.1046
    v.0
    유머토피아
    흔한 구매후기
    흔한 구매후기 (1)
    4년전
    h.1300
    v.0
    유머토피아
    유투브에서 결박당했을때 쉽게푸는법 보고 친구 결박했는데 절대못푸네요
    유투브에서 결박당했을때 쉽게푸는법 보고 친구 결박했는데 … (1)
    4년전
    h.1239
    v.0
    유머토피아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1)
    4년전
    h.1381
    v.0
    유머토피아
    농부가 된 한 남자의 채식주의자에 대한 일침
    농부가 된 한 남자의 채식주의자에 대한 일침 (1)
    4년전
    h.1223
    v.0
    유머토피아
    촛불집회를 본 BBC와 일본의 반응
    촛불집회를 본 BBC와 일본의 반응 (1)
    4년전
    h.1068
    v.0
    유머토피아
    어떤 부자가 있었어
    어떤 부자가 있었어 (1)
    4년전
    h.1298
    v.0
    유머토피아
    거기서 찬다고 공이 와요?
    거기서 찬다고 공이 와요? (1)
    4년전
    h.1212
    v.0
    유머토피아
    내 의지는 떡볶이보다??
    내 의지는 떡볶이보다?? (1)
    4년전
    h.1275
    v.0
    유머토피아
    카페 처음가본 디씨인
    카페 처음가본 디씨인 (1)
    4년전
    h.1207
    v.0
    유머토피아
    통풍환자 일기 (*새발견 그리고 관리시작 1일차*)
    통풍환자 일기 (*새발견 그리고 관리시작 1일차*) (1)
    4년전
    h.1222
    v.0
    유머토피아
    (19)결혼하면 받는 오해
    (19)결혼하면 받는 오해 (1)
    4년전
    h.1372
    v.0
    유머토피아
    양질의 퀄리티에 만족하는 강아지
    양질의 퀄리티에 만족하는 강아지 (1)
    4년전
    h.1328
    v.0
    유머토피아
    휴먼 네이버 블로그
    휴먼 네이버 블로그 (1)
    4년전
    h.1241
    v.0
    유머토피아
    뜻밖의 장인혼 (- 캐치마인드)
    뜻밖의 장인혼 (- 캐치마인드) (1)
    4년전
    h.2391
    v.0
    지슈카
    2차대전 당시 미군 침실
    2차대전 당시 미군 침실
    4년전
    h.1604
    v.0
    애플
    게임 번역가의 하루 (만화)
    게임 번역가의 하루 (만화)
    4년전
    h.1664
    v.0
    애플
    기운빠질때 촉촉히 젖은 알몸 누나 보고가~
    기운빠질때 촉촉히 젖은 알몸 누나 보고가~
    4년전
    h.1475
    v.0
    애플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만드는 무개념들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만드는 무개념들
    4년전
    h.3805
    v.0
    애플
    로또 당첨금 저는 얼마정도 받나요?
    로또 당첨금 저는 얼마정도 받나요?
    4년전
    h.1652
    v.0
    애플
    AV 배우 하시모토 아리나의 에반게리온 아스카 코스프레
    AV 배우 하시모토 아리나의 에반게리온 아스카 코스프레
    4년전
    h.4690
    v.0
    애플
    아줌마가 내 얼굴을 보고 떠올린...
    아줌마가 내 얼굴을 보고 떠올린...
    4년전
    h.1561
    v.0
    애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