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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맥주가 너무나도 마시고 싶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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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3-07 (수) 10:42







    이십대 초반의 어느 날
    사회에 도움 안되는 날백수 쓰레기인 내 하루 용돈은 담배 한 갑을 겨우 살 정도였다.  
     
    그나마도 백 원 더 비싼 담배를 고집하며 동네 멍멍이가 침을 ‘퉤’ 뱉으며 스쳐지나갈 만한 마지막 자존심을 부려댔지만, 생산적인 일이래봤자 똥과 정액 만들어내는 것 밖에 없던 백수새끼에게 주어진 경제활동은 그게 전부였다.
     
     
    어느 날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맥주가 마시고 싶다.’
     
     
    시리도록 시원한 맥주를 컵에 가득 따라 한 번에 들이키는 사치를 백수가 꿈 꾼 것부터가 잘못된 것이었다. 아무렴.
     
    집안을 뒤지기 시작했다.
     
    보통 옷장 아래나 침대 밑, 서랍 어딘가에는 동전이 있기 마련이다. 얼추 몇 백 원이 모이고 이번에는 옷장에 걸려있는 주머니들을 뒤진다. 
    혹시라도 언젠가 입고 나갔다가 동전을 꺼내지 않은 채 걸어놓은 옷이 있지 않을까... 하는 흡연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그런 행위.
     
    하늘이 도운건지 엿을 먹이려는 건지 청바지 뒷주머니에서 오랫동안 눌려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천 원짜리 한 장을 발견하고 십 수 년 만에 신의 이름을 불러본다.
     
    동전 여러 개와 납작한 천 원짜리 한 장을 들고 한껏 들떠 신을 구겨 신고 앞집 진돗개를 지나 구멍가게로 향한다.
     
    맥주 한 병을 손에 들고 의기양양하게 집으로 돌아오는 몇 분의 시간동안 나는 부자가 된 기분이다. 행복이란 물질적 크기보다 자신의 만족감에 따른 것이 아니겠느냐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집에서 제일 큰 유리컵을 찾아내 맥주와 함께 책상 위에 놓고 갈증과 기대감으로 인한 조임을 잠깐 더 즐겨본다.
     
    .... 병따개가 없다.
     
    싱크대 아래에서 부터 천장에 맞닿은 곳까지, 냉장고 육면과 책상 서랍까지 모든 곳을 뒤져봐도 병따개가 없다.
     
    친구들이 라이터 엉덩이로 어떻게 따던 것이 기억 나 몇 번 시도해봤지만, 사고로 약간 불편해진 내 오른손으로는 불가능했다. 이가 다 빠져버린 라이터를 던져버리고 머리를 감싼 채 한참을 절망하던 때였다.
     
    ‘뽕!’  
     
    예전에 친구가 보여준 장면이 기억났다.
     
    돌계단 모서리에 병목을 대고 강하게 위에서 아래로 병뚜껑을 치면 뽕~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뚜껑은 바닥에 떼구르르 구르고 동그란 병입구에서는 차가운 맥주 연기가 감미롭게 흘러나오겠지
     


    ‘파삭!’
     
     
    병뚜껑이 너무 세게 조여져 있었을까? 기대에 찬 내 힘이 넘친 것일까? 병목은 날카롭게 몇 개의 이빨을 내보이며 깨져 있었고 맥주는 흰 거품을 내며 넘쳐흐르고 있다.
     
    밝은 태양 아래의 망연자실한 날백수와 그의 손에 들려진 깨진 맥주병 그리고 조롱하듯 쳐다보고 있는 앞집 진돗개.
     
     
    여자 친구에게 차였을 때도 앙다물며 참았던 눈물이 그때보다 지금이 더 슬프다고 생각한 건지 눈에서 샘솟기 시작했고 애써 ‘그래도 아직 반이나 남았잖아’라고 자위한다.
     
    유리조각이 들어갔을 테니 거품이 가라앉길 기다려 조심스럽게 매우 천천히 유리컵에 맥주를 따라낸다.
    거품도 없이 조용하게 따라진 맥주를 보며 중얼거린다.


    ‘하늘아 네가 아무리 그런 식으로 나와 봐라 내가 못 먹나’
      
    한 번에 쭉 들이키는 맥주는 그대로 입안을 시원하게 축이며 목구멍을 지나 텅 빈 위장으로 흘러 들어간다. 어딘가에서 바람에 흔들리며 자라던 보리가 황금빛 성수가 되어 내 몸에 퍼져나간다.


     
    한껏 움츠린 개구리가 더 멀리 뛰기 마련이다. 나도 언젠가는 저 너른 세상에서 백만 원도 넘는 월급을 받으며 먹고 싶은 걸 다 먹으며 살 것이다. 
    어쩌면, 아주 운이 좋다면 장가를 가거나 자식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일요일 저녁이면 식탁에 둘러앉은 가족들과 하하호호 웃으며 따듯한 저녁식사를 할 수 있을지도...  
     
     
     
    그 순간 입안에 무엇인가 들어온다.
     
    혀로 이리저리 굴려보다 ‘유리조각이구나’하고 뱉었을 때는 이미 입안과 잇몸을 작게 몇 군데 찢어놓은 후였고
     


    붉게 적셔진 담배필터를 바라보며 그래도 오늘 맥주를 먹었다는 사실만을 기억하려 애씀과 동시에, 담배연기처럼 흩어져 사라지는 미래의 행복한 꿈을 어떻게든 다시 형상화 시켜보려 눈을 가늘게 떠보지만 더 이상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백수의 짧디 짧은 해가 저물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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